ZNINLDN

똑똑한 독재자들은 인터넷을 억누르지 않는다

Posted in ideas by ntrolls on February 20, 2011

(아거님트윗을 보고 옮겨봤습니다)

똑똑한 독재자들은 인터넷을 억누르지 않는다 (Smart Dictators Don’t Quash the Internet)

– 에브게니 모로조프(Evgeny Morozov), 월스트리트저널 2011년 2월 19일

알렉산드리아의 인터넷 까페에 있다 경찰에게 끌려나가 구타당한 후 사망한 28세 청년 칼레드 사이드의 죽음은 이집트 젊은이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이들은 곧장 페이스북을 통해 추모의 뜻을 모았다. “우리 모두가 바로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순식간에 수십만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이들은 결국 호스니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시민 저항운동을 홍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집트에서의 경험은 소셜미디어가 이미 죽어가는 권위주의 정권의 말로를 재촉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데 이집트 혁명에서 인터넷이 한 역할을 무시해서도 안되겠지만 , 이집트 시민들은 트윗과 포크(poke)의 차이도 모르는 무지한 정부를 상대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정부가 인터넷에 무지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자포자기로, 그것도 뒤늦게서야 국가 전체의 인터넷 연결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도박에서 잘 드러난다. 인터넷이 무바라크 정권에 가한 치명타 덕분에 다른 독재자들은 실리콘밸리의 최신 기술을 따라잡고 온라인 프로파간다의 방법론을 좀 더 학습하도록 등떠밀릴 확률이 높아졌다.

칼레드 사이드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사이드를 구타한 혐의를 받은 경찰관 두 명은 결국에 체포됐지만, 이집트 정부는 네티즌들의 분노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 그 분노는 가라앉기는 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튀니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되살려낸 것이다.

이집트의 사례를 비슷한 중국의 예와 비교해보자. 2009년, 24세의 농민 리 챠오밍이 불법 벌목을 이유로 체포된 뒤 곧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경찰은 리의 부모에게 리가 감옥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숨바꼭질을 하다 실수로 머리를 벽에 부딪혀 사망했다는 믿기 어려운 설명을 제시했다. 이 사건은 중국의 한 유명 블로그 사이트에 소개되었고 10만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정부는 곧바로 반응에 나섰다.

온라인에서의 토론을 억누르는 대신, 중국 정부는 분노한 네티즌들에게 리의 죽음을 둘러싼 정황을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진상조사위원회에 사실상 뭔가를 조사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졌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사회적 동요는 가라앉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바라크 정권이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이집트에는 중국식의 인터넷 검열도 없었고, 크레믈린식의 온라인 프로파간다 전문가나 친정부 블로거들도 없었으며 시민운동가와 블로거들의 웹사이트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없었다.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무바라크가 한 유일한 짓은 블로거들을 구타하고 투옥하는 것 뿐이었는데, 이는 결국 블로거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꼴이 됐다.

그러니 이집트 관료들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계획되고 토의된 시위에 시의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 무바라크의 동료들이 이집트의 인터넷을 차단하기로 한 것은, 온라인에서 시작된 운동이 이미 오프라인인 타르히르 광장에서 인상적인 추동력을 얻고 난 뒤였으며, 이 뒤늦은 대응은 스스로의 무능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이집트 정부는 온라인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고,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대한 무바라크 본인의 무지가 그를 무너뜨렸다.

다른 권위주의 정권들은 이집트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시리아 정부는 명목상 반대세력의 요구에 응하는 척 하며 페이스북과 유튜브 접근 금지를 철회했지만, 실제로는 이들 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에 대한 감시를 더 용이하게 하려는 움직임임에 분명하다. 페이스북이 금지됐던 시절에도 시리아 국민들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 정부의 검열을 피해 페이스북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덕분에 페이스북 사용이 더 느리고 불편해지긴 했지만, 적어도 정부의 검열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보호는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접근 금지가 해제된 이상 일반 대중 누구나 페이스북에 쉽게 접근할 것이고, 정부가 이들을 감시하는 것 또한 쉬워졌다.

수단의 오만 알-바시르는 지지자들이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비호할 수 있도록 국토 곳곳에 전기가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와중에 수단 경찰은 소셜미디어 사이트와 텍스트메세지를 통해서 거짓 시위정보를 퍼뜨리고 여기에 속아 시위장소에 나타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

이번 주 바레인에서의 시위 직후, 시위에 대헌 정보 매체로써의 트위터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친정부 트윗이 트위터에 난무했다. 이란 정부는 2009년 사태로부터 확실한 교훈을 얻어서 중동에서 가장 정교한 인터넷 통제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란 경찰은 “사이버-폴리스” 전담 팀을 운영하며 검열을 피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툴을 사용하는 이들을 검색하기 위한 실험적인 고급 인터넷 감시 기술 도입도 고려중이다.

오늘날 많은 독재자들이 맞닥뜨린 질문은 페이스북같은 미국발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어떻게 처치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많은 수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사 서비스를 키워주는 러시아와 중국의 선례를 따를 것이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Vkontakte에서 러시아 정부 전복을 꾀하는 온라인 그룹이 살아남을 확률은 별로 없을 것이다.

러시아판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들은 이미 구소련 국가들의 온라인 서비스 시장을 크게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트들이 친-민주주의 정치세력을 지지할 확률은 매우 낮다. 2010년 12월 벨라루스에서는 치열한 대통령선거 직후 후보 중 한 명을 지지하던 온라인 그룹이 Vkontakte에서 감쪽같이 사라졌고, 반정부 세력은 동조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를 잃었다.

베트남은 페이스북을 금지한 대신 독자적으로 시작한 goonline.vn이라는 으스스한 이름의 서비스가 자국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국영 소셜네트워킹 사이트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웹에 기반한 민주화 운동의 가능성을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것을 보건데, 독재자들 또한 빠른 학습을 통해 인터넷을 마스터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들의 거친 인터넷 정책을 쓸모없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주의를 믿는 서방의 우리들이 저들의 수를 한 수 앞서 읽는 것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 정권 대부분은 인터넷 통제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서구 회사와 컨설턴트들에게 의존하지 않았던가.

최근 중동 상황을 두고 승리의 기쁨에 젖는 것은 이르다. 저항은 아직도 초기 단계이고, 인터넷에 기반한 민주화는 이를 뿌리뽑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통제 정책에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야만 살아남을 것이다.

3 Responses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민노씨 said, on February 21, 2011 at 4:10 am

    덕분에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 )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 민노씨 said, on February 21, 2011 at 4:11 am

    추.
    이왕에 발견한 오타.. ^ ^
    네 번째 문단 말미 문장.

    “..곧바(도) 반응에 나섰다”

    이 댓글은 확인하시고, 지우셔도 무방합니다.


Leave a comment